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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지식

위험을 감수하는 뇌, 타고난 것일까 환경의 산물일까?

by 시하아빠3 2025. 8. 14.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투자할 때, 새로운 직장을 선택할 때,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위험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신중하게 안전을 추구합니다. 이런 차이가 과연 타고난 성향일까, 아니면 자라온 환경의 영향일까요?

위험을 감수하는 뇌

 

최근 국제학술지 'Cerebral Cortex'에 게재된 코넬대학 인간생태학대 이민우 박사팀의 획기적인 연구가 이 오랜 의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랍게도 위험감수 성향이 단순히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어린 시절 성장 환경에 따라 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맞춤 설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뇌 영상으로 밝혀낸 숨겨진 메커니즘

이민우 박사는 코넬대학 심리학과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사회신경과학과 생물인류학 전문가입니다. 그의 연구팀은 43명의 코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창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fMRI(기능적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받으면서 '풍선 게임'이라는 특별한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뇌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 속 가상의 풍선을 펌프질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펌프를 한 번 할 때마다 5센트씩 적립되지만, 언제든 풍선이 터져서 그 판의 돈을 모두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언제 그만두고 돈을 챙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게임이 실제로는 우리 일상의 위험감수 상황을 정교하게 모방한 것입니다.

 

같은 행동, 다른 뇌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어린 시절 환경을 분석해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풍요로운' 그룹은 가족과 친구들의 사회적 지지는 풍부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 않았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입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그룹은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사회적 지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놀랍게도 두 그룹은 게임에서 비슷한 수준의 위험감수 행동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뇌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뇌

 

모든 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상연상회(supramarginal gyrus)라는 뇌 영역의 활성화였습니다. 이 부위는 두정엽에 위치하며 감정 처리와 공감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영역이 위험한 행동에 대한 '신경학적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린 시절이 만든 뇌의 전략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발견은 사회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만의 독특한 뇌 활성화 패턴이었습니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때 시각 처리와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이 더욱 활발하게 작동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의 사회적 지지 수준에 따라 이런 뇌 활동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지지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추가적인 뇌 활동이 적게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마치 사회적 지지라는 '안전망'이 있을 때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뇌가 환경에 맞춰 최적화된다

이민우 박사는 이런 현상을 "서로 다른 어린 시절 환경이 인생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기 다른 자원과 전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경험들이 성인이 되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특정한 인지 메커니즘이나 맥락적 요인들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뇌는 어린 시절 경험한 환경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프로그래밍'합니. 사회적 지지가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시각적 정보와 주의 집중에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또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교육과 정책에 주는 시사점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실용적인 함의를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이런 발견이 학생 지원 서비스나 지역사회 투자, 심지어 공공정책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마를렌 곤잘레스 코넬대학 심리학과 조교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대학 시스템이 모든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캠퍼스에서 그런 지지가 부족한 학생들이 있다면, 사회적 지원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뇌과학이 열어가는 미래

이번 연구는 뇌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발달 자원 비대칭성(developmental resource asymmetry)' 개념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첫 번째 사례 중 하나입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역경과 자원을 하나로 묶어서 다뤘다면, 이 연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자원(사회적 vs 경제적)이 뇌에 미치는 구별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크고 작은 결정들이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력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들이 뇌를 통해 구현되는 복잡한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위험감수 성향은 타고난 것도, 완전히 환경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뇌가 자라온 환경에 최적화되면서 만들어낸 정교한 적응 메커니즘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