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팀과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 교수팀이 독일의 세계적 비만·당뇨 전문가 마이클 넉(Michael A. Nauck) 박사와 함께,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의 ‘미래 지도’를 그린 종설(review) 논문을 국제 학술지 ‘내분비 리뷰(Endocrine Reviews)’에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개발된 비만·당뇨 치료제들을 한눈에 정리하고, 앞으로 약 개발이 어디로 향할지 방향을 제시한 ‘로드맵’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세계적 권위지에서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 전략을 주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비만·당뇨 연구의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도 큽니다.
이번 논문이 주목하는 핵심은 ‘단일 타깃에서 복합 타깃으로’의 전환입니다. 지금 널리 쓰이는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성분: 티르제파타이드) 같은 약은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 일부는 GIP까지)을 조절해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늦추는 방식으로 평균 15% 안팎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왔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GIP, 글루카곤, 아밀린, PYY 등 여러 호르몬을 동시에 겨냥하는 ‘멀티 타깃’ 약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경우 20%를 넘는 체중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각 호르몬의 역할을 간단히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GLP-1은 식사 후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줄이며 위 배출을 늦춥니다. GIP 역시 식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GLP-1과 함께 작용할 때 체중 감소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글루카곤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를 늘려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어 GLP-1과의 ‘공동 작용 약물’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밀린은 포만감을 높이고 위 배출을 늦추는 역할을 해, GLP-1 계열과 함께 사용할 때 포만감과 혈당 조절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복합 조절”이라는 표현으로 이 변화를 설명합니다. 과거 비만약은 주로 ‘식욕만 줄이거나’, ‘열량 소비만 높이거나’ 하는 식으로 한두 가지 경로에 의존했습니다. 반면 차세대 약물은 장–췌장–뇌를 잇는 여러 호르몬 축을 동시에 건드려, 에너지 섭취, 저장, 소비를 함께 조절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GLP-1 한 가지보다 GLP-1+GIP, GLP-1+글루카곤, GLP-1+아밀린, 나아가 GIP+GLP-1+글루카곤을 함께 겨냥하는 ‘트리플 작용제’까지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복용 방식의 변화도 중요한 흐름입니다. 지금까지 강력한 비만·당뇨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제였지만, 최근에는 위산과 소화효소에 잘 버티는 경구(먹는) GLP-1 계열 약과 소분자(작은 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흡수 보조제를 따로 섞지 않아도 알약 형태로 안정적으로 흡수되는 약들이 개발 단계에 있으며, 이는 주사를 부담스러워하던 환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리뷰 논문은 비만약의 역할을 단순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라, 2형 당뇨병과 심혈관·신장질환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라는 점도 분명히 짚습니다. GLP-1 계열 약제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 조절, 심혈관 사건 감소, 만성콩팥병 진행 지연 등 다양한 이점을 보여왔고, 실제로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주요 신장 사건을 약 20% 안팎 줄였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체중 숫자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 속 장기 손상을 늦추는 치료’로 비만·당뇨 약의 위상이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만능약’은 아니라는 점도 연구진은 분명히 합니다. 현재 GLP-1 계열 약물은 감량되는 체중의 약 20~30%가 근육량 감소와 연관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간 사용 시 근감소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 예를 들어 용량 조절, 병행 운동, 단백질 섭취 관리, 뼈·근육 상태 모니터링 등이 필수적이며, 차세대 비만약 개발에서도 “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지키는 방향”이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종설의 또 다른 의미는, 비만과 2형 당뇨병을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대사 질환’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입니다. 체중 증가와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이 함께 나타나는 대사 이상이 쌓인 끝에 2형 당뇨병이 발병하기 때문에, 단순 혈당 수치만이 아니라 체중·지방 분포·간 기능·혈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결국 비만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2형 당뇨병 치료이기도 하고, 미래에는 ‘체중 중심(weight-centric) 치료 전략’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연구진이 세계적인 비만·당뇨 약물 개발 논의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임수 교수는 이미 대사증후군과 비만을 다룬 네이처 계열 리뷰 논문과 비만 진단 기준을 재정의한 국제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비만을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장기 손상을 동반하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번 Endocrine Reviews 논문에서도 GLP-1 기반 약물의 발전과,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의 특성을 고려한 약물 개발 전략이 함께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임상 경험이 세계 무대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인과 환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첫째, 비만과 2형 당뇨병은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 유전·호르몬·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만성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죄책감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생활습관 개선은 여전히 치료의 뿌리입니다. 새 약이 아무리 좋아도 식습관과 운동이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고, 약을 중단했을 때 체중이 다시 늘기 쉽습니다.
셋째, 앞으로 더 강력한 약들이 등장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체중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동반 질환(심장·신장·간질환 등)은 무엇인지, 주사와 알약 중 무엇이 더 적합한지,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비용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넷째, 약물은 반드시 전문의 처방과 모니터링 하에 사용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비만약 후기’만 보고 임의로 사용하거나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Endocrine Reviews 종설 논문이 보여주는 그림은, “비만과 2형 당뇨병 치료는 이제 한층 정교해지고 강력해지되, 그만큼 더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여러 호르몬을 동시에 조절하는 차세대 약물과, 주사에서 경구제로의 전환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관리, 그리고 개인별 맞춤 치료라는 기본 원칙이 자리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비만과 당뇨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함께 관리하는 것”이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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