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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지식

부작용 없는 남성 피임약, 정말 가능한가?

by 시하아빠3 2026. 4. 13.

수십 년 동안 피임의 부담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었습니다. 경구 피임약, 루프, 임플란트 등 여성을 위한 피임 수단은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남성에게 허용된 선택지는 콘돔과 정관 절제술 두 가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오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과학계의 움직임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부작용 없는 남성 피임약'이라는 오랜 숙제에 해법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남성 피임약은 지금껏 없었을까?

여성 피임약이 1960년대에 등장한 이후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남성 전용 경구 피임약은 아직 시판된 사례가 없습니다. 그 핵심 원인은 호르몬 부작용에 있습니다.

기존에 연구된 남성 피임 약물 대부분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표적으로 삼는 방식이었습니다. 정자 생성을 억제하려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줄여야 했고, 그 결과 체중 증가, 우울증,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랐습니다. 여성 피임약도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 호르몬 교란이 일으키는 전신 영향은 임상 개발을 수차례 좌절시켰습니다.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경로를 우회하는 비(非)호르몬 남성 피임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목받는 세 가지 연구 흐름

① RAR-α 억제제 — YCT529

가장 주목받는 연구 중 하나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군다 게오르그(Gunda Georg)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화합물 YCT529입니다. 이 물질은 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노익산 수용체 알파(RAR-α)라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수컷 생쥐에 4주간 경구 투여한 결과, 정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99%의 피임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투여를 중단한 후 4~6주가 지나자 생식 기능이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명확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2022년 미국화학학회(ACS)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② TDI-11861 — 즉효성 단기 피임

또 다른 접근은 미국 웨일코넬 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의 요헨 벅(Jochen Buck)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TDI-11861입니다. 이 화합물은 정자 운동성을 활성화하는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인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Adenylyl cyclase)를 억제합니다.

단 한 번 복용만으로 약 3시간 동안 정자의 활동을 마비시키며, 24시간 뒤에는 정자 운동성이 완전히 회복됩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6주 투여 실험에서 큰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관계 전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온디맨드(on-demand)' 형태의 남성 피임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③ Nes/T 피임 젤 — 피부로 흡수되는 방식

경구 복용이 아닌 피부 도포형 연구도 활발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아동 보건 인간 발달연구소(NICHD)가 주도하는 Nes/T 젤은 프로게스틴 계열 성분인 세게스테론 아세테이트와 테스토스테론을 혼합한 젤로, 매일 양쪽 어깨에 도포합니다.

2024년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4)에서 발표된 임상 2b상 결과에 따르면, 사용 남성의 절반 이상이 8주 이내에 정자 수 100만 개/mL 이하로 감소했으며, 15주차에는 86%가 기준치 이하에 도달했습니다. 기존 주사형 남성 피임 옵션(9~15주 소요)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

세계 최초의 남성 경구 피임약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도, 임상 현장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멀고 험합니다.

동물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인체 임상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임제의 특성상 건강한 사람이 복용하는 만큼, 규제 당국인 미국 FDA와 각국 의약품청은 안전성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통상 신약이 동물 실험에서 임상 3상을 거쳐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또한 '복약 순응도(compliance)' 문제도 과제입니다. 남성이 매일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 변화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인지도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피임의 책임은 함께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 피임약의 개발이 단순히 약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을 넘어서 피임의 책임을 균등하게 분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오랫동안 여성 혼자 감당해온 신체적,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분명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호르몬, 가역적, 온디맨드 남성 피임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약물이 머지않아 임상 현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성 피임약의 상용화가 실현되는 날, 그것은 의학의 성취인 동시에 성평등의 진전이기도 할 것입니다.


⚠️ 의학적 고지: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사 또는 의료 전문가의 진단 및 처방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피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