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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HPV 백신, 드디어 남녀 구분 없이 26세 이하 모든 청년들에게 확대되나

by 시하아빠3 2025. 8. 15.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국가예방접종 대상을 남녀 구분 없이 26세 이하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중대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그동안 여성만 대상으로 했던 HPV 백신 지원을 남성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계와 보건 정책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PV 백신

 

현재 HPV 백신 정책의 한계점

현재 우리나라의 HPV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남성은 HPV 백신을 접종받으려면 1회당 15만원 이상의 비용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1년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여아의 HPV 백신 1차 접종 완료율은 79.2%에 달하는 반면, 남아는 고작 0.2%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호주의 남성 접종률 78%나 영국의 남녀 평균 접종률 60~70%와 비교해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HPV 백신

 

HPV,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HPV를 자궁경부암만 유발하는 '여성의 질병'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항문암, 인두암, 구강암 등을 남성에게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특히 중앙대병원 이세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나 증가했으며, 미국에서는 이미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이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습니다. 또한 HPV 감염은 정자 수 및 정자 운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남성 불임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진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성에게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그마저도 일본은 예방 범위가 더 넓은 9가 백신을 지원하는 반면, 한국은 2가 또는 4가 백신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도 올해 안에 남녀 대상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해, 사실상 한국만 홀로 남겨질 상황입니다.

HPV 백신

 

2024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172개국이 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도입했으며, OECD 가입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 28개국은 더욱 효과적인 9가 백신으로 남녀 모두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의 과학적 근거

HPV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안전한 백신입니다. 자궁경부암의 99.7% HPV 감염으로 발생하며, HPV 백신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은 90%, 항문생식기암과 구인두암은 70% 이상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14세 이전에 접종하면 2회만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15세 이후에 시작하면 3회 접종이 필요합니다. 또한 성접촉 이전인 만 9~14세 사이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건강 불평등 해소의 필요성

현재의 제한적인 HPV 백신 지원 정책은 심각한 건강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수연 책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고등학교에서는 HPV 백신 접종률이 상당한 수준이었던 반면, 서울 외곽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접종자가 한 명도 없는 극명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HPV 9가 백신의 경우 3회 접종 시 50~7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여건에 따라 예방접종 기회에서 배제되는 청소년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병 예방권의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입니다.

 

법안 통과 전망과 의의

이번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네 번째로 발의된 유사한 법안으로, 여당과 야당 모두에서 발의되고 있어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HPV 백신 지원 확대가 포함되어 있어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다만 예산 문제가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5년도 질병관리청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HPV 남아 접종 확대를 위한 278억 원의 증액이 복지위에서는 의결됐지만, 예결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의료계는 이번 법안을 통해 성별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가예방접종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부인종양학회 등 6개 유관학회는 "HPV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HPV 예방정책을 갖추게 되어 미래 세대의 건강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